"오늘은 진짜 안 먹으려고 했는데.. 또 먹어버렸네.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 폭식이나 야식을 하고 나면 밀려오는 죄책감과 동시에 드는 생각이다. 근데 뇌과학 쪽으로 접근하면, 폭식과 야식을 설명할 때 "의지" 문제는 거의 언급이 되지 않는다. 대신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가 도파민, 보상 시스템, 스트레스, 습관 회로이다.
생존용 배고픔 vs 보상용 배고픔
배고픔에는 크게 두 가지 축이 있고, 우리 뇌에는 이 두 가지가 작용한다. 첫 번째로 에너지와 영양이 실제로 부족해서 생기는 배고픔으로 위가 비고, 혈당이 떨어지고, 렙틴, 그렐린과 같은 호르몬이 움직이면서 생기는 시호이다. 두 번째로는 기분과 상황 때문에 생기는 배고픔인데 스트레스를 받고, 외롭고, 지루하거나 실패감이 들 때 뭔가 달고 맛있는 걸 먹으며 위로받고 싶다는 느낌으로 올라오는 신호이다. 폭식과 야식은 대부분 보상용 배고픔 쪽에 더 가깝고, 에너지가 정말 부족해서라기보다, 뇌의 보상 시스템이 강하게 작동하는 상황인 것이다.
도파민 보상회로
도파민은 흔히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더 정확하게는 "동기와 보상 예측"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뇌의 보상회로, 특히 측좌핵 같은 영역은 맛있는 음식을 봤을 때, 한 번 폭식하고 나서 기분이 좋아졌다고 느낄 때 강하게 활성화된다. 반복적으로 폭식하는 사람들을 보면, 음식 자극에 대한 도파민 반응이 과민하거나, 반대로 둔감해져서 더 강한 자극을 찾아가는 패턴이 관찰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정리하자면,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맛있는 음식을 찾게 되고, 도파민 시스템이 "이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라고 학습하고 실제로 먹고 나서 잠깐이라도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그 경험이 다시 회로를 강화시켜 이 루프가 하나의 자연스러운 반응처럼 패턴으로 굳어지기 쉽다.
먹고 후회하는 패턴이 뇌에 습관으로 각인되는 과정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밤 11시 이후, 집에 혼자 있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배달 앱을 켜고, 유튜브를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음식을 먹으면 맛있어서 쾌감을 느끼고, 스트레스가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이런 행동이 몇 번만 반복돼도 뇌의 기저핵 같은 영역이 이 패턴을 저장해버리고, 그다음부터는 11시만 되어도 "뭔가를 먹을까?"라고 생각도 하기 전에 이미 손이 배달 앱으로 가 있는 상태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후회 자체가 루프의 일부가 될 수 있는데, 폭식 후 죄책감이나 수치심이 들면, "내일은 무조건 굶고 2시간 동안 운동을 하겠다"와 같이 과한 보상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 것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다시 자책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또 먹게 되는 악순환의 루프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연구들에 따르면, 부정적인 감정과 감정적으로 이어진 폭식은 서로를 강화한다는 내용들이 있다. 그래서 "먹고 후회하는 나"가 계속 반복된다면, 뇌의 입장에서는 그 패턴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거대한 "습관 루프"가 형성되는 것이다.

폭식과 야식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처음부터 완벽하게 끊어낸다기보다는 같은 상황이 왔을 때 다른 선택지들을 만드는 게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길이다.
1. 환경 통제하기
집에 있는 음식이 곧 나의 야식 메뉴가 되기 쉬우므로, 대용량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 같은 것들을 항상 쌓아두면, 의지로 버티기엔 보상 시스템 자극이 너무 강해진다. 이때 현실적인 타협은 집에 두는 고칼로리 음식의 종류와 양을 줄이고 대신 그것들을 덜 위험한 것들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양이 많은 과자를 사놓기보다는 소포장으로 이루어진 과자를 구매하는 것이다. 환경과 접근성의 조절은 식습관 개입에서 가장 기본적이자 효과적인 전략으로 여러 연구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2. 대체 행동 미리 정해두기
폭식과 야식의 핵심 보상은 입에 들어가는 감각, 포만감, 그리고 음식으로부터 위로받는 느낌이다. 그러므로 먹는 것 대신 입과 손을 바쁘게 해 줄 행동을 한다거나, 감각적인 자극, 심리적 위로를 대체해 줄 수 있는 것들을 찾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그림 그리기, 스트레칭, 산책, 일기 쓰기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3. 식단 기록과 더불어 상황과 감정 같이 적어보기
단순하게 오늘 먹은 식단과 칼로리만 기록하다 보면 "계획대로 못했네. 망했네"처럼 상황이 극단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감정과 상황을 같이 적어보는 것도 심리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폭식 전 상황이나 그날의 기분 등과 같이 짧게라도 써보면, 포기 대신 그 상황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더 찾게 될 것이다.
폭식과 야식은 몸에 좋을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참 피하기 어려운 다이어트의 최대 적이다. "왜 나는 이렇게 의지박약일까?"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고 그러면 도파민 보상 심리로 음식을 찾게 되고 결국 다시 폭식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허우적거리게 될 것이다. 나 또한 폭식과 야식의 유혹을 피하기 힘들지만 이것들을 대체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하나씩 찾아 나가면 내 탓을 덜하게 되고 그 작은 변화들이 모이면 분명히 마음 건강 몸 건강 모두 다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참고 문헌>
1. Reichenberger J, et al. Emotional eating in healthy individuals and patients with an eating disorder: A review. Curr Obes Rep. 2020;9:1–9.
2. Arexis M, et al. A scoping review of emotion regulation and inhibition in emotional eating and binge eating disorder. J Eat Disord. 2023;11:108.
3. Brytek-Matera A. Negative affect and maladaptive eating behavior as a mediator between emotional dysregulation and obesity. Sustainability. 2021;13(24):13704.
4. Healthline. The science of habit: How to rewire your brain. 2021.
5. Dr. Jud Brewer. What Is the Habit Loop? drjud.com, 2021.